기천문

기천문 수련을 만나다

블랙문 2019. 2. 1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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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천문(氣天門) 수련을 만나다. 임종국

 

서서히 나타난 기천문 수련의 힘

어릴 때, 아저씨들이 동네 어귀에 나무를 다듬어 평행봉을 만들어 두고 매일 저녁 모여서 운동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곤 하였다. 그때 그 아저씨들의 이야기를 엿들은 적이 있다.

얘기인즉슨 열심히 운동을 하다 보면 ‘허연 노인’이 나타나서 권법을 가르쳐 준다는 것이였다. 이 말을 믿고 허연 노인이 나에게 나타나 주기를 맹목적으로 기다렸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 기대와 함께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러한 마음이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냇가에서 발가벗고 수영을 하게 하는 힘이 되었다.

공군에 입대하여 장교로 임관을 하였다. 임관 후부터는 일과가 끝나고 나면, 매일 비행장 외곽을 한 바퀴 돌며 구보를 하였다. 구보를 할 때마다 참을 수 없는 인간한계의 고통이 왔었다. 하지만 그 시간만큼은 세상사 어려운 모든 것을 잊어버릴 수 있었고, 나만의 시간이라는 것을 알아차렸기에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구보라는 운동이 체력만 단련시켜 주는 줄 알았는데, 정신까지도 변화하게 하였다. 구보는 나에게 지구력과 인내심을 키우면서 한번 물면 놓지 않는 ‘불도그’ 정신마저 강해지도록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이 고통의 시간이 내가 가야 할 길을 흔들리지 않고 갈 수 있도록 해준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이렇게 살아오던 중에 강릉기지 군 법사께서 ‘기천문’을 가르쳐 준다고 하였다. 기천문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배우기 시작하였다.

처음에 이 기천문을 배우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24명이었다. 이 기천문 수련이 가만히 서 있는 자세이지만 무척이나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한 명 두 명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내가 강릉기지를 떠날 때쯤에는 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때 같이 배우던 사람 중에서 지금까지 이 기천문을 수련하고 있는 사람은 나 혼자인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 시작했을 때 ‘내가신장 자세’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이 내가신장 자세로 약 5분 동안 서 있으면 땀이 체련복 상의를 반을 적시곤 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흘린 땀 냄새가 본인이 흘린 땀인데도 무척 역겹게 느껴졌다. 몸속에 쌓여있던 노폐물을 배출시켜 주는 운동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기천문 수련이 진짜 운동이라고 생각하며, 수련하면서 오는 고통을 참기 시작하였다. 약 3개월이 지나고 났을 때부터 나의 몸에 변화가 오기 시작하였다.

얼굴에 뾰두라지가 없어졌다. 변기가 넘칠 정도의 숙변을 보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 현상이 나타나고부터는 몸이 매우 가볍다는 것을 느꼈다. 약 6개월이 지나고 나니까 사타구니에 원형 습진이 심하게 있었는데, 그것이 사라지고 없어졌다. 체질이 개선되고 있음을 체험하고 있었다.

 

어느 날 강릉기지에서 3일간 내린 눈이 97.7cm의 적설량을 기록한 적이 있었다. 눈이 내리기 시작할 때부터 활주로에 쌓이기 시작하였다. 나는 이 눈을 치워야 하는 임무를 담당하고 있는 ‘기지지원 전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활주로에서 제설차가 한번 지나가고 다시 돌아올 때는 차량이 가야 할 길이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SE-88(항공기 엔진을 차량에 장착하여 그 엔진을 돌려서 쌓인 눈을 불어내는 제설차) 제설차량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차량의 방향을 좌로, 우로 하면서 통제해 주어야 했다. 그래야만 제설차량이 똑바로 직진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밤샘작업을 하고 이튿날 단장이 주관하는 아침회의에 참석하였다. 단장은 “무전기 사용하는 소리가 왜 한 번도 들리지 않느냐?” 하면서 질책하듯이 하였다. 밤새워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칭찬은 해주지 못하더라도 질책하듯이 말을 하니 반감이 앞섰다. 하지만 참아야만 했다.

단장에게 “제설차와 작업자끼리만 무전통화 하였습니다”라고 답변했더니, “오늘 밤 부터는 모두가 들리도록 무전기를 사용해라”라고 지시하였다.

 

이 말을 들으면서 ‘이렇게 지시하는 사람이 나의 지휘관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업을 하는 사람들만 통화하면 되지, 잠을 자야 하는 시간에 모든 지휘관 참모들이 들을 수 있도록 작업을 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나를 못 믿겠다는 소리밖에 더 되는가? 지휘관이지만 괘씸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의 임무는 동북부 최전방기지의 전력 공백 시간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지휘관의 지시로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임무이기 때문에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일이다. 그렇지만 지휘관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으니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휘관 참모들이 잠을 자야 하는 시간에 매우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튿날은 무전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모두가 들리도록 하여 작업을 하였다.

임무에 관련 없는 지휘관 참모들까지 숙면하지 못하도록 하는 지휘관은 무슨 마음으로 이렇게 지휘를 하는 것일까? 꼭 듣고 싶다면 본인이 소지한 무전기 주파수만 바꾸면 들을 수 있는데! 왜 이러한 지시를 하였는지 의문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일은, 일하는 즐거운 마음과 하고 싶은 마음으로 해야만 능률도 오르고 피로도 들 느낀다. 하지만 지휘관의 부당한 간섭이나 지시는 작업자들에게 오히려 반감만 사게 된다는 것을 지휘관이라면 알아야 한다.

 

주간작업이 끝나고 야간작업이 시작되었다. 야간에 작업할 때에는 따라다니면서 또 조언을 해주어야 했다. 작업 중에 연료 보급이나, 작업자를 교체해야 할 때 생기는 틈새 시간을 이용하여 ‘내가신장’ 자세로 운동하면서 또 밤샘작업을 하였다. 그 이튿날 아침 작업현장을 보기 위해 현장지휘소에 나온 지휘관 참모들이 이구동성으로 나를 보고 한마디씩 했다.

“아니, 전대장님은 이틀을 밤샘작업 했는데도, 집에거 자고 나온 저희들보다 오히려 더 멀쩡해 보이십니다”

나 자신도 피곤하다고 느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지휘관이 나를 불신하고 있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괘씸하게 생각되었던 그 마음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어졌다.

내가신장 자세로 약 10분간 서 있다가 일어나면 이상할 정도로 피로하다는 것을 느낄 수가 없었으며,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끼기에 이 수련이 정말로 신기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직접 체험하고 있었으니 이 수련을 지속할 수밖에 없었다.

몸에서 느껴지는 피로뿐만 아니라, 아이디어도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기도 하였다. 활주로에 쌓인 눈 치우는 작업을 지금까지 해 오던 방법에서 장비 운영하는 방법을 조금 다르게 하니 훨씬 빨리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으며, 손으로 치워야 할 일은 활주로와 유도로 가장자리에 있는 등을 찾는 작업만 하면 되었다. 그래서 그동안 장병 및 군무원들이 활주로 및 유도로에 투입되어 수작업을 많이 해왔지만 그렇게 할 필요가 없어졌다. 해당 대대 주기장만 제설작업하면 되도록 하였다.

 

여름철에 날씨가 나빠서 비행하지 못하는 날에는 장병 및 군무원들이 모두 활주로 및 유도로에 나와서 제초기 및 낫을 들고 대대별로 할당된 담당구역에서 제초작업을 하였다. 비행이 없는 날에는 장병들이 그동안 밀려있는 업무나 신변정리를 하고, 또 사기진작을 위한 활동을 하도록 해주어야 하나, 그 시간에 제초작업을 해야 하니 불평이 따르는 건 당연했다. 이러한 불평을 해소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주식 동력 예초기를 다섯 대 구입하였다. 그래서 활주로 및 유도로 가장자리의 제초작업은 자주식 동력 예초기 네 대가 일렬종대로 제초기 간격만큼 벌여서 따라가도록 하고 활주로 등 및 유도로 등 주변 작업을 위해 배부식 동력 예초기 2대를 뒤따라가도록 하였다. 나머지 자주식 동력 예초기 한 대는 예비기로 운영하였다. 그래서 총 6명이 투입되어 가장자리 제초작업을 마무리하였다.

안쪽 넓은 지역은 트랙터 제초기를 투입하여 작업을 하니 장병 및 군무원들의 일손이 필요 없어졌다. 그동안 비행장 제설 및 제초작업을 해온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이렇게 장병과 군무원들의 일손을 줄이는 아이디어가 왜 나의 머리에서 나왔을까?

 

몸과 정신의 변화가 시작되다

건군 이후 화생방전에 대비하기 위하여 육, 해, 공군, 해병대 군인이라면 누구나 화생방 방호훈련을 해야 한다. 이 화생방 방호작전이 힘들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만 그동안 그렇게 힘든 화생방 방호작전절차를 보다 쉽고, 보다 빠르게 작업할 수 있는 제독작전의 변화는 볼 수 없었다.

화생방 방호훈련 때마다 제독차 보닛 앞에 2명의 병사가 방독면을 쓰고, 침투 보호의를 입고, 덧신을 신고, 장갑을 끼고, 차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안전띠를 조여 매고, 상반신을 엎드려 물을 뿌리며 제독하는 것을 보았다. 이렇게 훈련하는 모습을 보니, 특히 여름철에 이러한 방법으로 화생방 방호작전을 한다면, 작업자가 견디어 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비행장은 적으로부터 우선적인 공격목표이며 평평하면서도 넓은 지역이어서 제독 작업량이 더 많다. 이런 여건에서 항공기의 재출동 시간을 단축하려면 새로운 제독작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작전하는 병사들이 너무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내가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마음이 생겨났다. 그래서 사람 없이 더욱 정교하고 빠르게 물을 뿌릴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였다. 그 방법을 찾으려 먼저 제독차에 장착되어있는 펌프 압력을 점검해 보았다. 그런 후에 제독차 앞범퍼에 파이프를 부착하여 펌프에서 나오는 물 호스를 연결하였다. 그 파이프에는 분사기를 부착하였다. 분사기는 차랑 앞범퍼 높이에서부터 분사되는 각도를 계산하여 분사기 4개를 부착하였다.

 

이렇게 하여 가상 제독작전을 해 보았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첫째, 사람이 물을 뿌리는 것보다 더 정교하게 뿌려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둘째, 제독작업 시간을 많이 단축할 수 있었다. 이것은 화생방전 상황에서 제독작전을 빠른 시간 내에 할 수 있으므로 모든 작전시간을 앞당길 수 있었다. 특히 항공작전의 재출동시간을 단축하는데 획기적인 발상이라 할 수 있었다.

셋째, 제독차 보닛 앞에 앉아있어야 하는 2명의 병사도 필요 없게 되었다.

이 내용으로 공군 제안제도에 출품하여 공군 참모총장상을 수상하였다. 이 제안은 공군뿐만 아니라 육군에서도 수정된 장비를 만들어 제독작전을 할 때, 물을 뿌리며 사용하고 있는 것을 직접 보았다.

 

이렇게 기천문을 수련하면서 육체적인 변화와 정신적인 변화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에서도 변화가 오고 있음을 느끼기도 하였다. 강릉기지를 떠나게 될 때 법사께서는 “이 수련을 계속하다 보면 가는 곳마다 고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나는 “그렇게만 된다면 참으로 좋겠습니다.라고 응답하였다.

이후 어디를 가더라도 이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참으로 얻는 것이 많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하니, 안 할 수가 없었다.

공군ㅇㅇ사령부 계획부장으로 부임하였다.

퇴근 후 저녁에는 숙소 밖에서 매일 ‘내가신장’ 자세로 수련을 하고 ‘태극권법’을 하였다. 집에 들어와서 샤워를 하기 위해 공군체련복을 벗는데 다리에 빨간 점이 수없이 많아서 세어 보았다. 58군데나 모기에 물려 있었다. 그러나 운동을 하면서 모기가 무는지를 느끼지 못하였다.

어느 날 공군ㅇㅇㅇㅇ학교에서 학생들로부터 교회 신설부지 때문에 많은 민원이 발생하였다. 민원은 감찰실에서 담당하게 되어 있었다. 감찰실장이 나보다 선임 대령이 보임되어 있었다. 그런데 ㅇㅇ사령관께서 이 민원을 계획부장이 해결하라고 지시하였다.

감찰실장이 보임되어 있는데, 왜 나보고 해결하라고 했는지는 모르겠다. 사령관의 지시사항이니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민원 내용을 분석해보고, 직접 당사자들을 만나면서 문제의 핵심을 찾아 대안을 제시해주고, 문제를 해결하였다.

또 하루는 사령관이 ”1년 전에 정훈실장에게 ㅇㅇ사령부 홍보비디오를 제작하라고 지시했는데, 아직도 초안이 안 되어 있으니, 이것도 계획부장이 맡아서 한 달 만에 만들어라“라고 지시하였다. 이것도 계획부장의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시사항이니까 추진하였다.

나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일하는 법을 ㅇㅇ사령부 지휘관 참모들에게 한번 보여주라는 특명 같기도 하였다. 정훈장교와 교훈부 장교들을 데리고 지시한 기간 내에 ㅇㅇ사령부 홍보비디오를 만들어 지휘관 참모들 앞에서 시사회를 하고 합격을 받았다. 정훈실장이 얼마나 고맙게 생각했는지, 전속을 갔는데도 나의 얼굴을 직접 그림으로 그려서 연말에 카드를 만들어 보내주기도 하였다.

 

공군ㅇㅇ사령부가 1988년에 이사를 하였다.

예하 부대의 ㅇㅇ훈련 상황을 실시간 종합하여 통제 지시 및 보고할 수 있는 지휘통제실이 만들어져 있지 않았다. 나는 항상 시작하는 지금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생각으로 살았다. 언제, 누가 해도 해야 할 일이다. 물론 이 지휘통제실을 만드는 것은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니었다.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며, 계획부에서 사용할 상황실도 아니었다. 단지 공간을 조정하는 임무가 있었기에 여기에 명목을 걸어서 지휘통제실을 만들어 주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그래서 본청 지하에 약 60평 되는 창고 같은 공간을 재정비하여 지휘통제실로 만들었다. 많은 예하 부대에서 진행되는 ㅇㅇ훈련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각 부대별 현황판을 한쪽 벽면 전체를 이용하여 만들었다. 정면에는 빔프로젝터를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다음 각 예하 부대와 통신망을 설치하였다.

이렇게 만들어 두고 예하 부대의 훈련 진행상황을 종합하여 지휘관께 보고하고, 필요할 때 통제 및 지시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지휘통제실을 만들어 주면 ㅇㅇ훈련부에서 운영할 줄 알았다. 그런데 네가 만들었으니 네가 운영하라는 식이었다. 어이없는 일이었었다. 계획부에 근무하는 간부들에게는 매우 미안하였지만, ㅇㅇ훈련부에서 알아차릴 때까지 당분간은 계획부에서 운영해 주기로 하였다.

 

이렇게 일을 추진해 오던 중에 ‘을지훈련’이 다가왔다. 새로 만들어진 지휘통제실에서 을지훈련을 할 수 있게 되었다. ㅇㅇ사령부에서 을지훈련의 통제단장은 계획부장인 내가 담당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을지훈련 실시단장은 ㅇㅇ훈련부장이 담당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이다. 그런데 ㅇㅇ사령부의 중추적인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ㅇㅇ훈련부장께서 실시단장을 못하겠다고 하였다.

이 훈련은 국가 비상사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시행하는 훈련이며, 통상 군사훈련과 연계하여 실시하는 훈련이다. 이와 같이 국가적으로 시행하는 훈련인데도 어떤 연유에서 이렇게 행동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으며 매우 난감하였다. 실시단장을 왜 하지 않느냐고 하면서 물어볼 수도, 싸울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는 수 없이 내가 실시단장까지 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덮어두고 ㅇㅇ사령관께 보고했다.

”금년 을지훈련의 통제단장 임무와 실시단장 임무는 저 혼자 맡아서 시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사령관은 왜 혼자서 해야 하는지 묻지도 않으면서 ”혼자 할 수 있겠어?“라고 하였다. 나는 자신 있게 한번 해보겠다고 대답하였다.

을지훈련이 시작되어 내가 통제단장, 실시단장을 하면서 훈련을 진행하였다. 그런데 을지훈련 기간 매일 새벽 일찍 사전회의를 하고 있는데, 실시단장을 하지 않겠다고 하던 ㅇㅇ훈련부장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구석진 뒷자석에 앉아서 무엇인가 메모를 하고 있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세월이 흐르면서 일하는 것과 승진하는 것은 별개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을 때 한쪽 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밀려들기도 하였다.

 

을지훈련이 모두 끝났다.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나를 엄두에 두고 한 얘기인지는 모르겠으나, ”역대 ㅇㅇ사령부에서 실시한 을지훈련 중에서 훈련다운 훈련을 한 것은 처음입니다“라고들 하였다. 이 말을 듣는 순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어디에서 나오는 힘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듯 나는 일에 겁이 없었다. 자신감이 있었으며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마음이 항상 세워져 었다. 예전에 없었던 그 무슨 힘이 생기는 것을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정통 기천문과 갈수록 커지는 수련의 힘

ㅇㅇ사령부 계획부장 임무를 마치고 ‘ㅇㅇㅇㅇ근무지원단’ 참모장으로 보임되고 나서, 기천문의 고수중의 고수이신 박사규 문주를 만나게 되었다. 행운이었다. 그로부터 직접 교육을 받을 수가 있었다.

처음으로 기천문 도복인 검은색 바지와 흰색 저고리를 입고 수련을 하였다. 기천문은 산중비전(山中秘傳: 산속에서 비밀로 하여 특정한 사람에게만 전수 되는 것)으로 맥을 이어왔다고 하였다. 어릴 때 아저씨들이 얘기해주던 그 허연 노인이 나의 앞에 나타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까지 배운 자세는 비슷하였지만 진수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체질 변화되는 것과 정신과 생각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었으니, 얼마나 좋은 수련인지 짐작이 갔다.

 

우선 기천(氣天)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보이지도 잡히지도 아니하고 무게도 형체도 이름도 없으니 이를 이름하여 기천이라 한다‘라고 하였다. 기천을 거꾸로 하면 천기가 된다. 기천은, 기와 하늘의 공부이며, 하늘의 기를 공부하는 우주의 비밀이며, 깨움침이 기천이다. 즉 기천은 자연의 법칙이며, 우주의 이치이며, 하늘의 이치이며, 깨우침의 이치이며, 진리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기(氣)란 사전적 의미로는 활동의 근원이 되는 힘이라고 되어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되고 있는 기(氣)의 표현은 기력, 기운, 생기, 원기, 용기, 기를 쓰다, 기가 나다, 기가 넘치다, 기가 등등하다, 기를 펴다, 기가 차다, 기가 질리다, 기가 막히다, 기가 죽다, 등등 참으로 셀 수 없이 쓰임이 많다.

이처럼 사람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되며, 반드시 필요한 것이 ’기(氣)‘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보이지도 잡히지도 아니하고 무게도 형체도 없으니 직접 해보지 않으면 더더욱 설명이 되지 않는 수련이라 생각되었다. 다만, 기천문을 수련하면서 내가 느끼는 것을 수련할 때는 그렇게도 참기 어려운 고통이 오지만, 끝나고 나면 몸이 가벼워지고 기운이 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氣)는 내가 노력한 만큼만 받을 수 있으며, 더 받지도 덜 받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수련을 하다 보니 사람을 소우주(小宇宙)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나도 여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선 우리들이 알고 있는 이 지구와 사람의 몸이 다르다 할 수가 없다.

사람의 몸에 수분과 지구에 물이 약 70%로 비슷하다. 지구 내부에 용암이 끓고 있고, 사람의 몸에 심장이 운동하면서 온도라는 것이 존재한다. 삼척에 있는 ’환선굴‘에 가보면 해발 500m 높이인데도 동굴 안에 폭포가 흐르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 이 폭포가 중력(重力)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무슨 힘으로 흐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산의 높낮이와 관계없이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지구의 표피가 살아 있고, 식물들이 살 수가 있다. 땅속에서 물이 흐르지 않는 곳은 사막을 만들어 낸다. 사람 또한 몸속에서 높낮이와 관계없이 압력에 의해 피가 흐르고 있어서 살아 있는 피부를 유지할 수가 있다. 피가 흐르지 않으면 뒷발꿈치에 생기는 굳은살과 같이 변하게 된다. 이는 사막과 다르지 않다고 할 것이다.

 

공기 역시도 흐름을 원활하게 하며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살아있는 우주가 되는 것이다. 사람 또한 숨을 쉬기 때문에 내부에 피가 원활하게 흐르며 살아있는 생명체로 유지된다.

이렇게 보았을 때 사람의 몸이 지구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우리들의 몸 자체가 소우주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이 수행을 하려고 한다면 우선 가지고 있는 몸, 즉 소우주(小宇宙)를 먼저 깨끗하게 정화해야 한다. 그런 연후에 ’대우주(大宇宙)‘의 정신세계로 일치시키기 위하여 정진하여야 한다. 이러한 순서로 수련하며 정진하는 것이 곧 수행이라 생각되었다.

이를 깨닫고 나니 내가 소우주(小宇宙), 즉 몸을 정화시키기 위한 최적의 수련인 기(氣)수련을 갈망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만나게 된 기천문이다 보니, 고통은 오지만 남다르게 반가운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박사규 문주를 만나서 처음 수련이 시작되었던 것은 ’단배공‘이었다.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절하는 방법과 다른 방법으로 절하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설명해주지 않아도 이해할 것 같았다. ’기(氣)를 함부로 써먹지 말고 자신을 낮추라‘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리고 수련을 하기 전에 서로 간에 예를 갖추며, 마음을 정돈하고, 준비운동을 하는 동작이라고 생각되었다. 이러한 것은 내 느낌과 생각이었을 뿐이다.

단배공은 사람의 품성을 다듬고 가꾸는 수련법이라는 점을 배울 수 있었다. 이 단배공의 자세와 동작 구성은 우주 속에 자신이 존재하는 것이며, 자신이 우주의 주인임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단히 깊은 철학적 사상을 몸동작으로 구성해 두었다고 하며, 기천에 참 입문을 하기 위해서는 이 수련과정이 필수적이라고 하였다.

바른 생각, 바른 행동, 바른말이 가장 중요한 기본이며, 도의와 대의를 위해서 기천의 힘을 사용할 것과 민족의 얼을 깨닫는 과정이 들어 있다고도 하였다. 단배공을 하지 않은 채 힘을 기르고, 공력을 단련하고, 수를 익히는 데만 열중하는 것은 살인병기를 만드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을 낮추고 올바르게 살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단배공은 단군배공의 줄임 말이며, 기천의 태산심법을 기본으로 한다. 온몸을 역근하여 호흡을 멈추고 태산을 누르듯 무겁게 가라앉혀야 하며, 다시 태산을 들어 올리듯 무겁게 들어올려야 한다. 단전에 주(主)를 함은 기본이니 이 태산심법을 행한 자 와 행하지 않은 자는 후에 공력과 도의 경지가 크게 차이 날 것이라고 하였다. 이렇게 행하는 단배공의 자세와 동작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19배를 하다가 점차 늘어나서 49배까지 하였다. 이렇게 49배를 하는데 약 1시간 이상이 소요되었다.

이 과정을 수련하면서 나는 동작을 빠르게 하는 것보다 천천히 하는 것이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지만 몸에 와 닿는 그 무엇을 강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단배공을 어느 정도 수련하고 나서 기천수련에 대하여 박사규 문주께서 다음을 깨우쳐 주었다.

“사람은 몸의 중심이 무너지면 마음의 중심 또한 쉽게 무너지게 되어있다. 사람은 몸이 없으면 마음도 없다. 그래서 몸과 마음이 둘이 아닌 하나라는 것을 뜻 한다. 기천의 수련은 몸의 축을 세워서 마음의 중심을 함께 잡아가는 성명쌍수법이자 치신득도법이다.”

 

그 다음은 육합단공을 수련하기 시작하였다. 육합단공에서는 6이라는 숫자는 삼 법의 수이다. 육은 신이 부여해준 완벽한 수이며, 우주에서 가장 완벽한 수라 할 수 있다. 육합은 변화의 수를 상징하며 완성된 수를 의미한다. 이것을 신체를 통해서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기천의 공부는 우주의 원리와 신체의 원리가 서로 같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우주가 대우주라면 인체는 소우주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우주의 이치를 몸으로 구형해 내는 것이 바로 육합이라고 하였다. 육합단공은 ‘역근법’이며 육체적으로 ‘중용’을 이루는 자세이다.

이 여섯가지 자세는 내가신장, 범도, 대도, 소도, 금계독립, 허공세로 구분된다. 이러한 육합자세는 신체 각 부위를 강화시켜주고 굳어진 뼈마디를 풀어준다. 즉 몸의 유연성을 극대화해주며, 하체를 강력하게 단련시켜주는 운동법이다. 이를 행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가 없다. 여기에서는 이 수련을 꾸준히 했을 때 변화될 수 있는 내용을 ‘기천문 입문’ 책자에 의거하여 간단하게 소개하고, 각 자세의 동작 및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기로 한다. (참조 문헌 :기천문 입문.)

첫째, ‘내가신장’의 정식 명칭은 ‘기천태양역근마법내가신장’이다. 기천문의 핵심인 동시에 정수이며 내가신장 한수에 모든 것이 다 들어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육합단공에서 가장쉬운자세이며 가장 기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자세이다.

이를 글이나 말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이 자세로 지속적으로 수련하다 보면, 정신의 건강과 육체의 건강이 동시에 찾아오며, 몸에 기운이 차오르면서 매사에 자신감을 갖게 해준다. 그리고 사람의 성격을 적극적이고 자신감에 넘치는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상에 대하여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생각의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그러한 힘을 가지고 있는 자세이다.

둘째, ‘범도’는 호랑이가 싸움하기 전에 대적하고 있는 자세이며 공격과 방어를 쉽게 할 수 있는 자세이다. 이 자세는 다리 외각부의 혈을 집중적으로 운행시키는 작용과, 간과 담을 강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더불어 소화기 계통을 강화시켜 준다.

셋째, ‘대도’는 크게 벌려 선다고 해서 대도라 한다. 이자세는 견고한 자세를 만들어 주며, 상하간의 지지력을 길러준다.

넷째, ‘소도’는 소가 밭갈이하는 모양 세를 띤다 해서 소도라고 한다. 작은 체구에서 가장 폭발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합리적 결합구조를 띠고 있다. 또한 정신적, 육체적 한계를 수시로 돌파하게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자세다.

다섯째, ‘금계독립’은 금빛 닭이 한 발로 서 있는 자세이다. 한쪽 다리를 들고 섬으로서 몸의 평행감각을 길러주며 발가락으로 땅을 움켜쥠으로써 민첩성이 발달한다. 그리고 육압 중 장수법의 하나이다.

여섯째, ‘허공’은 호랑이가 배를 땅에 대고 웅크리고 있다가 갑자기 공중으로 튀어 오르면서 덮치기 직전의 모습으로서 ‘복호세’라고도 한다. 이 자세는 다리 안쪽의 기혈을 소통시키는데 대단히 효과적이다. 그리고 대단히 힘든 자세로서 살이 빠지게 하는 역할을 해 준다.

 

여기에서 기천문에 대한 원리나 이론에 대하여 더는 기술하지 않으려 한다. 앞에서도 일부 언급해 두었지만, 이 기천문 수련을 하면서 나에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변화되고 있거나, 변화된 사실들과 실제 경험한 일들을 위주로 서술한다.

전투체육일이나, 휴무일 집에 올라갈 수 없을 때는 ‘갑사’에 머무는 문주를 찾아갔다. 거기에 가서 도복으로 갈아입고 문주와 산속으로 들어가서 훈련을 한다.

들어가서 보면 숲이 훈련장을 만들어 준 듯이 사방의 숲이 훈련장을 중심으로 늘어져 있었다. 이러한 곳에서 훈련이 시작되면 인정사정이 없다. ‘몸에 오는 고통은 말로 표현이 안 된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이러한 수련을 마치고 하산할 때는 몸이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다.

 

갑사 계곡에 흐르는 물을 받아두었다가 수련을 한 후에 샤워를 하면서 거울을 보면, 등줄기에 죽비로 타통해준 자리에는 대나무 자국의 핏줄이 선명하게 보이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그 이튿날이 되면 멍들어 있는 곳 하나 없이 깨끗하였다. 한번은 골프운동을 하면서 동반자가 3번 우드로 볼을 쳤는데. 그 볼이 나무 옆쪽을 맞고 스핀이 걸려 날아와서 모자 쓰고 있는 나의 이마에 맞았다. 혹이 튀어나왔는데도, 멍들지 않았다. 신통하게 느껴졌다.

지속적으로 이 기천문을 수련하다 보니까 나의 몸에 변화가 계속되고 있었다. 나는 결가부좌(먼저 오른발의 발바닥을 위로하여 왼편 넓적다리 위에 얹고, 왼발을 오른편 넓적다리 위에 얹어 앉는 자세)는 아예 할 수가 없었다. 반가부좌(오른발을 왼편 허벅다리에 얹고 왼발을 오른편 무릎 밑에 넣고 있는 자세)를 하고서도 5분을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운동을 하고 1년이 지나고 어느 날부터는 반가부좌뿐만 아니라 결가부좌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결과부좌를 하여 20분 이상 앉아있을 수 있고, 반가부좌는 1시간 이상을 앉아 있을 수 있다. 이와 같이 다리 관절의 유연성이 저절로 나타났다.

나의 나이가 63세 때 헬스장에 가서 ‘인 바디’ 점검을 해 보았다. 그런데 트레이너가 기계가 고장 났으니 다음에 해보자고 하였다. 3일 후에 헬스장에 가서 다시 점검을 받아보았다.

헬스장 트레이너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신체 나이가 27~28세밖에 안 나옵니다”라고 하였다. 기천문을 수련하면서 육체적인 변화가 계속되고 있었다. 정말 신기한 운동임을 스스로 느끼게 해주었다.

 

‘계룡대’에서 기가 가장 세다고 소문난 곳은 제1 정문 쪽에 세워진 탑이 있는 곳이라고 듣고 있었다. 이 탑 뒤쪽에 잔디밭이 있었다. 평일에는 밤 9시부터 10시까지 이 잔디밭 한쪽 구석에서 내가신장 수련을 하였다.

여기에서 수련하는 나름의 이유는 담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에서 토속 신앙의 일종으로 귀신을 부르며 기도하는 곳이 많기로 유명하였던 지역이었다. 이러한 곳에서 3m 이상 앞이 보이지 않는 컴컴한 밤에, 한 시간 이상 수련을 하고 숙소로 돌아오곤 하였다. 처음에는 두렵고 무서운 마음이 자리하며 머리카락 끝이 삐쭉삐쭉 서기도 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두려움과 무서움이 생길 때, 마음을 호흡하는데 머물도록 노력하였다. 숨을 들어 쉴 때는 코끝에서부터 단전까지 내려가는 것을 마음이 따라가도록 하고, 내쉴 때에는 단전에서부터 독맥을 따라 백회까지 마음이 따라가도록 하였다. 그러니 무서움과 공포감뿐만 아니라 몸에 오는 고통도 느낄 수 없었다.

 

내가신장 자세는 기천문 수련 중에서도 가장 쉬운 자세이지만, 처음 접해볻는 사람들은 젊은 장정이라 하더라도 5분 동안 서 있기 힘들어하는 자세이다. 이 동작으로 20분 이상 서 있게 되니 몸에 오는 고통이 희열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점점 시간이 연장되어 지금은 1시간 이상도 서 있을 수가 있다.

이 수련을 하면서 고통을 느끼게 하는 것은 통증이 오는 그곳에 마음이 머물고 있을 때, 가장 크게 고통을 느끼게 된다는 것을 체험하였다. 마음을 다른 곳에 두고 있을 때는 그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도 체험해 보았다.

이 내가신장 자세를 시작할 때에는 나 역시도 육체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였다. 하지만 내가신장 자세로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육체적인 고통이 사라지며 마음의 고요함이 자리를 하는 것을 체험하였다. ‘이것이 바로 수행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이 수련은 신체적인 변화나 정신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매사에 자신감이 있고 배짱이 두둑해지면서 나도 모르는 힘이 생기고 있었다. 본래 나는 내성적인 성격이었으며,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했던 사람이었다. 그랬는데 기천문을 수련하고부터 모든 면에서 변화하기 시작하였으며, 자신감이 생겨났다.

ㅇㅇㅇ근무지원단 참모장의 보직을 받고 우선 작전계획을 확인하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이 발견되었다. 상위 작전개념에 맞지 않게 ㅇㅇㅇ근무지원단과 관련 없는 구역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었다.

이 지역 군단장은 이곳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평시에 완벽한 기지방어를 유지하도록 특공대대를 보냈고 그 특공대대가 그 구역을 담당하고 있었다. ‘유사시가 되었을 때, 여기에 있는 특공대대에 임무가 하달되어 떠나면 그 구역이 공백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ㅇㅇㅇ근무지원단 주관으로 작전을 해야 할 담당구역을 방어하는데 전시상황이 되어도 담당구열을 방어하기 위한 병력이 한 명도 증원되지 않도록 계획되어 있었다. 이러한 것을 눈으로 보고 알게 되었으니 타군의 작전계획이지만 즉시 수정해서 보완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이 작전계획을 수정하기 위하여 단장께 보고했다. 그랬더니 “참모장은 왜 육군 일을 건드려? 육군이 알아서 할텐데”라고 하였다. 그래서 “단장님 전쟁이 나면 저는 단장님을 보좌하고, 근무지원단 전쟁 지휘는 단장님이 해야 할 일입니다. 육군이 해야 할 일이 아니고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라고 내가 답변하였으나 결재를 해주지 않았다.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걱정이 앞서기 시작하였다. 육군 중령인 정작처장을 불러서 얘기해 보았다. 평소에 업무를 똑 부러지게 잘하고 있었던 정작처장이었지만 이 작전계획을 수정하는 데는 힘에 부치는 일이라 하였다. 이렇게 고심하던 중에 때마침 욱군 B장군께서 이 지역방어에 대하여 방공포 진지에서 전술 토의를 하자는 계획이 하달되었다. 이 계획서를 보는 순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내가 회의에 참석하여 어필하고 싶었지만 공군인 내가 회의에 참석하여 육군 작전계획이 잘못되어 있다고 하게 되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작처장에게 임무를 주었다. 회의 가는 날 정작처장을 불러서 재강조하였다.

“처장이 이번에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고 돌아오면 다시는 수정할 기회가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니 이 참모장(필자)을 팔아서라도 최선을 다하고 돌아와라”라며 화의 장소에 보냈다.

회의에 참석하였던 정작처장이 돌아왔다. 회의 중에 정작처장이 이 얘기를 꺼내니까, 그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연대장이 항의를 많이 했다고 하였다. 그러나 B장군께서 “ㅇㅇㅇ근무지원단에서 건의한 사항이 맞는 얘기다”라고 하니, 모두가 조용해졌으며 작전게획을 수정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하였다.

물론 ㅇㅇㅇ근무지원단의 임무와 관련되는 내용도 있지만, 공군인 내가 타군의 잘못되어 있는 작전계획을 단장(타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정하게 하였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왜! 하필이면 나의 눈에 이러한 것이 보이게 되었는지? 잘못된 것을 보았다 하더라도 겁도 없이 타군의 작전계획을 수정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는지? 이렇게 예전에 없었던 배짱이 생기면서 자신감이 생겨나는 것을 분명하게 느끼고 있었다.

 

’육합단공‘을 마스터하고 ’기본 무학‘ 단계로 들어가서 훈련하는 중에 공군 인사이동 계획에 따라 내가 다른 임지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래서 박 문주께서 직접 가르쳐 주는 훈련은 끝이 났다. 그렇지만 어디를 가더라도 이 기천문 수련은 쉴 수가 없다는 마음의 끈이 굳게 묶어져 있었다. 그래서 혼자 있더라도 이 육합단공 수련을 지속하고 있다.

이 책을 쓰면서 이 장에서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에 많이 기술해 놓았지만 보통 사람들ㅇ 엄두를 내지 못 하는 일들도 거뜬히 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신체 나이가 젊어지고 유연해지는 것을 체험하였다. 얼굴에 뾰두라지가 없어지고 사타구니에 있던 원형 습진이 없어지면서 피부가 맑아졌다. 또 생각지도 못하는 아이디어가 생기기도 하였다.

대중들이 모여 있는 단상에 올라가면 다리가 떨리던 현상과 입 마름이 현상이 사라졌다. 매사에 자신감이 생겨나고 배짱이 생겨났다. 참을성이 강해지고 수용하는 마음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내성적인 성격에서 외향적인 성격으로 바뀌어 갔다. 한번 물면 놓지 않는 불도그 정신도 강해졌다.

 

이 책을 쓸 수 있는 용기 또한 이 수련이 뒷받침되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현상들이 왜 나에게 오고 있는지 과학적인 증명을 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 하지만, 이 기천문을 수련하면서 내가 직접 체험한 내용과 변화되어 나타난 내용들을 나열해 보았다.

이 수련을 하면서 육체적으로나, 마음 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너무나 많은 변화가 오는 것을 경험하고 느꼈기에 혼자 이 운동을 하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기천문 수련으로 육체도 건강하고, 마음도 건강하고, 정신도 건강하게 하여 함께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진행하고 있는 일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나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그동안에 배워온 기천문을 배우고 싶은 분들에게 지식기부를 하려고 준비하는 중이다. 고대로부터 산중비전(山中秘傳)으로 맥을 이어오며 기천문인들이 섬겨온 ’기천명(氣天銘)‘을 읽고 또 읽다 보니 기천문이라는 수련이 어떠한 것인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함께하는 마음으로 여기에 그 ‘기천명’을 자세하게 소개하기로 한다. 읽을 때 마음이 함께 따라가게 하면서 읽어보기를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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